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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디펜더

등장 배경은 제국과 구공화국의 흑역사를 넘어서고자 했던 시대이다.

제국의 비밀 군사시설들과 장비를 접수하여 자체적으로 무장 병력을 편성했던 예베타 인들과의 트러블인 블랙 플릿 사건은 사실 전략적으로 보면 신공화국에게 있어서는 제국과의 대결에 비해 그리 큰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국지적으로는 상당히 심각한 사건이었지만, 한때 공화국 수도 코루스칸트까지 위협당해야 했던 쓰론, 클론 팰퍼틴 등과의 대결에 비하면 조금 큰 지방 반란 정도였다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예베타 인들이 운용했던 구제국의 스타 디스트로이어들은 그때까지 제국과의 대결 과정에서 신공화국 군부에 조금씩 싹트고 있던 어떤 생각 - 그러니까 거함거포주의를 상당히 강하게 자극하게 됩니다. 물론 예베타 인들이 운용했던 스타 디스트로이어들이 제국의 그것보다 성능상 우월했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블랙 플릿 사건 자체의 양상에 있었죠.

분명 스타 디스트로이어라는 함계열은 스펙상으로만 놓고 보면 분명 흉악할 정도의 깡패 함선이고, 함급을 막론하고 그 생산 수량도 - 황제의 개인 장난감 수준이었던 이클립스나 아예 계획함 수준이었던 실험함들을 빼면 - 단순히 많다고 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대량생산이었기 때문에, 성능과 생산성이라는 무기의 양대 미덕을 충족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실전 기록만 놓고 보면, 스타 디스트로이어는 아직 전장의 주력함 패러다임이 완전히 교체되지 않았던 클론전쟁기, 잘해야 상선 개조함선이거나 과거의 드레드노트 계열 순양함의 그것을 벗어나지 못했던 분리주의 연합의 함선들을 상대로는 상당히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의외로 분리주의 연합에 비해 보잘것없는 상대였던 저항군을 상대로는 간단히 말해, 이름값을 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저항군과의 실전을 거치면서, 무적의 함선으로만 여겨졌던 스타 디스트로이어들의 문제점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무장은 많고, 파괴력도 출중하지만 그것을 통제할 컴퓨터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미비하고, 이는 데미지 컨트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그리고 규모의 확대에만 치중하여 클론전쟁기에도 이미 혁신적인 설계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빅토리급을 크기만 부풀려서 이제큐터급에 이르기까지 거의 복붙하다시피 한 뻔한 설계 패러다임, ISD의 쌍불알(...)로 유명한 비합리적인 구조물 배치와 특유의 선형으로 인한 공방범위의 제한,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공전에 대한 대비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는 스타 디스트로이어 등장 당시 고려해야 했던 상대 스타파이터들이 멍청한 벌쳐들이 대다수였다는 게 한 요인이지 싶은데... 문제는 숭악하기 이를데없는 윙패밀리들을 들고 덤벼오던 저항군과의 전쟁 시절까지 그 설계 패러다임이 그냥 그대로 갔다는 것).

여기에 대공전이라면 모를까, 스펙상으로는 절대적인 우세여야 할 저항군과의 대함전에 있어서도, 빅토리는 그렇다 쳐도, 이제큐터와 임페리얼은 의외로... 수준이 아니라 코스트를 생각하면 시발 소리가 나올 만큼 효율이 떨어졌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처음부터 순수하게 군용으로 만들어진 최대급 거함들이 두들겨 팼는데도, 쉴드 꺼진 상태에서도 그 공격을 다 받아내고 오히려 상대를 몇척 잡기까지 했던 여객선의 후예(.....) mc-90이라니(물론 mc-90이야 처음부터 작정하고 만든 군용선이긴 한데-_-). 카탈로그상 스펙은 분명 스타 디스트로이어들보다 아래거나 간신히 비슷하건만, 정작 실전에서는 펄펄 날아다니던 몬 칼라마리 계열 스타 크루저들은 스타 디스트로이어들을 사람과 돈만 쳐먹는 밥순이 취급받기 딱 좋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생산량이 워낙 흠좀무하게 많아서, 신공화국에서도 나름대로 많이 쓰였다고는 하지만, F-22라고 만들었는데 싼 맛에 쓰는 MIG-29 취급을 받는다고 하면 야이시발(....).

때문에, 신공화국 군부에서는 공식적으로 스타 디스트로이어에 대비한 거함거포주의적인 건함 개념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신공화국 자체적으로 스타 디스트로이어를 건조하는 등의 계획이 없지 않았지만, 그것도 종합 전력으로서의 스타 디스트로이어였지, 우리도 존나 큰 놈을 한번 가져보자!는 없었다고 해도 좋을 겁니다. 그리고 은하계 내전이 진행되면서, 신공화국도 가디언이나 루산키아 같은 이제큐터급 스타 디스트로이어를 운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 가디언이야 고물 상태에서 손에 넣은 거긴 하지만, 루산키아는 네임쉽인 이제큐터와 나란히 건조된 황제 전용함, 그러니까 이제큐터 계열 중에서는 순정품이라고도 할 수 있었죠. - 거함에 대한 요구는 적어도 겉으로는 제기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전통적으로 신공화국 군부는 스타파이터에 대한 믿음이랄까, 그런 게 상당히 강한 편이었고. 워낙 흠좀무한 활약을 펼친 전력들이다 보니 당연한 것이었습니다만.

- 그런데, 블랙 플릿 사건을 계기로, 그때까지 '덩치는 크고 좀 세보이지만 바보라서 머리 좀 굴리면서 패면 의외로 허당' 이미지였던 제국계 스타 디스트로이어들에 대한 인식이 약간 변하게 됩니다.

요컨대, 그때까지 신공화국, 그리고 그 전신이었던 저항군이 제국군을 상대로 재미를 보았던 Hit&Run의 수단으로, 또는 전쟁 병기가 아니라 테러 병기로 스타 디스트로이어들이 사용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었죠.

어쨌든 스타 디스트로이어들, 임페리얼과 이제큐터는 개함우월주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분명 카탈로그건 뭐건 간에 신공화국의 1선급 전력인 몬 칼라마리 스타 크루저들과 맞먹거나 살짝 상회하는 강적들이었고, 그 수 또한 많았습니다. 게다가, 블랙 플릿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도대체 어디에서 몇 척이 튀어나올지 알기도 어려웠죠. 이건 제국 붕괴와 함께, 제국이 가지고 있던 특유의 병맛나는 비밀주의가 제국에게건 신공화국에게건 악재로 작용한 거긴 했습니다만. 예베타 같이 제국의 시설들을 접수해서 어딘가에서 함선 만들고 있지 말란 법이 도대체 없었던 거죠. 물론 후에 유우잔 봉이 은하계 레이드를 들어오면서 제국의 비밀 시설 태반이 작살이 나는 통에 그런 환상이 상당히 사라지게 되긴 합니다만 이때까지야 그런 거 알 리가 없었고(....).

쉽게 말하자면, 저항군/신공화국군이 제국계 스타 디스트로이어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함대전에서 전술상 가지고 있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때의 이야기였지, 불특정 섹터 어드메로 임페리얼이나 이제큐터가 갑툭튀해서 마구 때려부수고 튀고, 다시 그걸 반복하는 식으로 발광한다고 한다면, 그걸 어디에서건 효과적으로 때려잡을 수 있는 능력이 신공화국 함대에 100% 보장되어 있는가. 그건 아니었거든요. 최악의 경우, 그거 때려잡겠다고 함대를 이리저리 갈라 보냈는데, 코루스칸트 상공으로 이제큐터급이라도 한척 툭 튀어나온다면 그것도 으악시발이고. 게다가 이미 신공화국도 몇번 써먹었고, 후에 유우잔 봉과의 싸움에서도 잘 써먹었다지만, 스타 디스트로이어급의 덩치 함선을 함선이 아니라 거대한 폭탄으로 써버린다면, 그 피해는 신공화국처럼 전쟁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정치를 생각해야 하는 공화주의 국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굳이 지구의 예와 비교한다면,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공고급 4자매에 대한 미군의 인식과도 비슷할까요. 함 자체는 함대전만 상정하고 본다면 그리 두려운 상대가 아니지만, 광대한 전역에서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면서 날뛰는 상황을 상정한다면 작정하고 잡자니 돈이 많이 들고, 가지고 있는 걸로만 상대하자니 답이 안나오는...

- 어쨌든, 이리하여 신공화국 군부는 제국의 임페리얼 - 이제큐터의 카운터 파트너로서의 거함을 건조해보자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게 됩니다. 그 전에도 몬 칼라마리 계열 함선이라거나, 신공화국식 스타 디스트로이어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거함거포주의적인 경향을 드러낸 바가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이왕이면 제국의 그 두 거대한 깡패들에 대한 확실한 대항마로서의 면모를 갖춘 깡패들 뽑아보자고 한 점에서는 이전과는 분명 달랐죠.

이런 신공화국 군부의 각오는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카운터 파트너가 될 새로운 함급에 공식 명칭으로, '스타 디스트로이어'가 아닌, '스타 디펜더'를 붙인 데서도 알 수 있습니다. 스타 디스트로이어가 공식적으로는 공화국에서 처음 도입되고 운용된 녀석들이라 해도, 실제 공화국에서 운용된 건 끽해야 3년, 제국에서는 20년 이상 운용되었으니, 스타 디스트로이어라는 계열명은 어쨌든 제국을 생각나게 하는 것이었다.

즉, 신공화국의 '스타 디펜더'는, 제국의 '스타 디스트로이어'에 대한 확실한 대항마, 그것도 함 자체의 성능만으로서의 대항마가 아니라,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등장과 함께 바뀌었던 함선계의 패러다임을 다시 한번 바꿔버리겠다는 각오가 들어간 네이밍 센스였습니다.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제국의 그늘에서 이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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