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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타지 설화 이 설화와 비슷한 내용은 조선의 건국신화인 '용비어천가' 22장 도조 의 사적에도 있고, 제주도 서사무가인 '군웅 본풀이'에도 같은 유형 이 전한다. 그리고 고려 건국신화인 '작제건'에도 나온다.

이 설화는 '인신 공희'와 '영웅의 악마 퇴치'가 주된 내용인데, 인신공희란 간단히 말해서 '신에게 산 몸을 바쳐 희생의 제물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 설화에 불교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훗날 '심청전'이 이루어진다. 물론 이 설화는 거타지라는 초인적인 영웅의 이야기요, '심청전'은 운명에 다소곳이 순종하는 여인이라는 점이 다르다. 주인공 거타지가 활을 잘 쏘고 또 여인이 꽃으로 변한 것은 각각 '동명왕 신화'와 '죽통미녀'와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진성 여왕 때의 아찬인 양패는 왕의 막내아들이다. 그는 당나라에 사신으로 떠나면서 백제의 해적들이 진도에서 뱃길을 가로막고 있다 는 정보를 듣고 활 잘 쏘는 사람 50명을 뽑아 자신을 따르게 했다.

양패 일행이 탄 배가 곡도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풍랑이 거세게 일어났다. 그래서 열흘 동안이나 그곳에서 묵고 있었다. 양패가 걱정이 되어 사람을 시켜 점을 치게 했다.

"이 곡도에 신령스런 못이 있습니다. 거기에 제사를 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 못에 제전을 차렸더니 못물이 한 길이 넘도록 용솟음쳐 올랐다. 그리고 그날 밤 한 노인이 양패공의 꿈에 나타나 말했다.

"활 잘 쏘는 군사 한 사람을 이 섬에다 남겨 두고 가면 순풍을 만날 수 있으리라."

양패공은 꿈에서 깨어나 부하들에게 그 꿈을 얘기해주고 누가 남겠느냐고 의견을 물었다. 부하들이 제안했다.

"50개의 나무 조각에다 각기 저희들의 이름을 적어 물에 넣어보고 그 이름이 물에 잠기는 사람이 남기로 합시다."

양패공은 부하들의 제의대로 했다. 그들 50명의 궁수 가운데 거타지란 자의 이름이 물 속에 잠겨들었다. 결국 거타지를 섬에 남겨 두 고 양패공 일행은 출범하니 문득 순풍이 불어 배는 미끄러지듯 바다를 떠갔다.

홀로 섬에 남은 거타지는 시름에 잠긴 채 멍하니 서있었다. 그때 한 노인이 못에서 나와 말했다.

"나는 서해의 해신이다. 매일 한 중이 해뜰 무렵이면 하늘에서 내려와 다리니(주문)를 외면서 이 못을 세 바퀴 돈다. 그러면 우리 부부 랑 자손들은 모두 물 위에 뜨게 된다. 이렇게 해두고 그 중은 내 자손들의 간을 빼먹었다. 이제 내 자손들의 간을 다 빼먹고 오직 우리 부 부와 딸 하나만 남겨 두고 있다. 내일 아침에도 그 중은 반드시 올 것이다. 그대에게 부탁하노니, 그 중을 화살로 쏘아다오."

거타지가 대답했다.

"활 쏘는 일이라면 본래 나의 특기입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노인은 거타지에게 감사하고 도로 못 속으로 들어갔다.

거타지는 못 주변에 잠복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이튿날,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자 과연 중이 내려왔다. 그 중은 전과 마찬가지로 주문을 외고 늙은 용의 간을 빼려고 했다. 기다라고 있던 거타지는 활을 쏘아 명중시켰다. 그 중은 곧장 늙은 여우로 변해 땅에 떨어져 죽었다.

그러자 노인은 못에서 나와 거타지에게 감사하며 말했다.

"그대의 은덕을 입어 내 생명을 보전하게 되었다. 내 딸을 그대의 아내로 데려가 주게."

"주시는 것을 마다하겠사옵니까. 진실로 바라던 바였습니다."

노인은 그 딸을 한 송이 꽃으로 변하게 하여 거타지의 품속에다 넣어 주었다. 그리고 두 마리의 용에게 명하여 거타지를 받들어 앞서간 양패공 일행의 배를 따라잡게 하고, 그 배를 호송하여 무사히 당나라에 들어가도록 해주었다.

당나라 사람들은 신라의 배가 두 마리의 용에게 업혀 오는 것을 보고 그 일을 황제에게 아뢰었다. 당나라 황제는,

"신라의 사자는 틀림없이 비상한 사람일 것이다."

하고 연회를 베풀 때 뭇 신하들의 윗자리에 앉히는 한편, 금과 비단을 후하게 주었다.

고국에 돌아오자 거타지는 품속에서 꽃을 꺼내어 여자로 변하게 하여 함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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